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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태준 지음
임형택 해제
창비
2005
이런 말이 있을 정도로 소설가 이태준은 시인 정지용과 함께 1930~40년대 우리나라 문학계를 대표하던 문장가였다.
언어의 연금술사인 그가 써낸 글쓰기 책이니 만큼, 최근 숱하게 쏟아져 나오는 각종 글쓰기 책들 중에서도 <문장강화>에 관심이 갔다 (비슷한 이유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원제 : On Writing)>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문장강화>에는 1940년에 씌여진 책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만큼 오늘 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글쓰기에 대한 지침들이 가득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설명을 돕기 위해 당시의 다양한 문학작품에서 뽑아낸 예문들이 풍부하게 들어있다. 책이 처음 나왔을 때에는 그것이 미덕이었겠지만 2006년 이 책을 읽는 사람들에게는 조금 곤혹스럽다. 상당 수의 예문들이 오늘날 새겨가며 읽기에는 이미 너무 낡아버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다 도중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아마도 쉽게 읽히지 않는 예문들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예문들의 고루함은 역설적으로 이태준의 글을 더욱 빛나게 해준다. 동시대에 씌여진 글임에도 불구하고 예문들에 비해 이태준의 글은 살아 움직이는 듯 하고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온다.
"한자어는...교양어(敎養語)가 많다. 교양인의 사고나 감정을 표현하려면 도저히 속어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것 (p. 81)"이라고 다소 '엘리트적'인 주장을 하던 저자는 "신제품과 외제를 많이 쓴다고만 스마트한 몸태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몸과 조화되지 못하면 잡속(雜俗)을 면치 못한다 (p. 84)"며 글쓰기의 사대주의를 경계한다. 아마 이 정도도 당시에는 상당히 혁신적인 주장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저자는 언어의 연금술사 답게 글쓰기의 내용 못지 않게 형식적인 측면도 강조한다.
"생활은 자꾸 새로워지고 있다. 말은 자꾸 낡아지고 있다. 말은 영구히 '헌것, 부족한 것'으로 존재한다. 글쓰는 사람은...끊임없는 새 언어의 탐구자라야 한다 (p. 95)".
글쓰기는 본질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방법 중 하나이며, 그렇기 때문에 알고, 경험하고, 생각한 만큼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글이란 쥐어짜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담아둘 곳 없어 터져나오는 것이라야 한다. 훌륭한 글은 훌륭한 사람을 만든다. 글이 곧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제대로 된 글쓰기 교육은 국어교육의 일환이 아니라, 제대로 된 사람을 만들기 위한 인성교육의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나는 이런 가르침을 故 이오덕 선생님의 책으로부터 처음 받았는데, 이태준도 같은 맥락의 글쓰기론을 피력하고 있다.
"수필을 쓰려면 먼저 '자기의 풍부'가 있어야 하고 '자기의 미'가 있어야 할 것이다 (p. 192)."
당대 최고의 글쓰기 테크니션 이태준이 전하는 글쓰기 요령 몇 가지를 발췌해 봤다.
* 소재에 관해 -
"요점은 자기가 관찰하고 느끼기에 달린 것이다. 그러니까 더욱 요점은, 자기가 넉넉히 느낄 수 있는, 요리할 수 있는, 제힘에 만만한 것으로 택하는 것이 상책이다. 한 알 씨앗에서 싹이 트고 가지가 뻗고 꽃이 피듯, '귀뚜라미'란 제목에서 시작해 세상의 가을을 향해 번져나가는 글이라야지, 허턱 '가을'이라고 대담하게 제목을 붙였다가 '귀뚜라미'로 쫄아드는 글은 소담스럽지 못한 법이다 (p. 239)."
요컨대 부분에서 전체를 뽑아내야 한다(Extract the whole out of parts)는 뜻.
* 글머리에 관해 -
"너무 덤비지 말 것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 것이다. 신기하게 하려하지 말고 평범하게 하면 된다 (p. 240)."
* 사태(事態)의 표현에 관해 -
"무엇보다 취사선택의 분별이 예리해야 할 것이다. 사태 그 자체로는 아무리 중대한 부분이라도, 표현하려는 내용과 유기적인 인과관계가 없으면 거침없이 버릴 것이요, 내용을 선명케 ,인상적이게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면 아무리 사소한 사유(事由)라도 중점을 두어 견실한 조직으로 끌어와야 할것이다.
원인과 결과가 또렷하게,
시각적인 묘사로,
내용의 완급을 가려 문장도 사태와 호흡을 같이할 것 (p. 285)."
* 문체에 관해 -
"문체란 사회적인 언어를 개인적이게 쓰는 것이다 (p. 322)."
이 좋은 책이 앞으로 10년, 20년 뒤의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까? 예문의 낡음으로 인해 묻혀버리기에는 아까운 책이다.
책의 말미에서 이태준은 당시 화두였던 언문일치에 대해 '문장은 말로 나오는 언어와 달라 문장으로서의 문장미가 필요하다'고 조심스레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주장이 삶과 글을 분리시켜도 좋다는 뜻으로 잘못 읽혀서는 안된다. 왜냐면 이태준은 다음과 같은 단서를 달아놓고 있기 때문이다.
"문장은 어떤 것이든 언어의 기록이다. 그러기에
'말하듯 쓰면 된다.'
'글이란 문자로 하는 말이다.'
하는 것이다. 글은 곧 말이다 (p. 19)"
"누구나 먼저는 언문일치 문장에 입학해야 한다. 그리고 문예가가 되려면 이 언문일치 문장을 완전히 소화하고 나서야 할 것이다 (p. 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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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를 지탱한 책인데요.. 10년, 20년이 지나도 변함없을 겁니다. ^^
zizi 2008/02/18 00:00좋은 책은 1~2백년이 흐른다 해도 그 향기는 변함없다고 하니까요. ^^(나중에 읽어봐야 겠습니다.)
제갈교 2008/02/18 00:00퍼갈께요~.설명 잘 하시네요. 부럽습니다.ㅠㅠ
엄주은 2010/04/23 00:00그런데 어떻게 퍼가죠;;
엄주은 2010/04/23 00:00ㅠㅠ
엄주은 2010/04/23 00:00